낯선 것은 언제나 신비롭다
눈 뜨고 마주하는 일상이
불현듯 낡은 계단처럼 삐걱거리고
서툰 피아노 소리처럼 박자가 맞지 않으면
낮은 언덕이라도 올라
거리를 두고 실눈으로 바라봐야겠다
초점을 맞추고
호흡을 가다듬어야 판단할 수 있는
미묘한 차이들을 들춰 보며
당당함이 자만이
되었는지
겸손함이 비굴함이 된 건 아닌지
무엇인가 너무 쉽게 포기하고 사는 건 아닌지
함몰되고 왜곡된 자신의 진실을 바로잡으려 한다
살아온 길을 돌아보는 건
누군가의 특권이 아니라
때때로 낯선 일상이 주는 깊은
사색일지니
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
그 사색의 시간을 통해
알 수 없던 모순을 이해하며
납득할 수 없던 사실을 받아들이고
인정할 수 없던 진실을 수용하는 것이겠지
두렵고 가슴 뛰는 것들은
긴장 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하고
처음 겪는 시간과 사건들은
나른한 정신을 깨어나게 해
그리하여 낯선 것들은 언제나 신비롭다
정유찬
'[그녀의 뜨락] > 시가 있는 풍경' 카테고리의 다른 글
험난함이 삶의 거름이 되어 (0) | 2006.03.03 |
---|---|
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. (0) | 2006.02.17 |
마음은 유리 그릇 (0) | 2006.02.02 |
반영2 (0) | 2006.01.03 |
반영1 (0) | 2006.01.03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