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그녀의 뜨락]/시가 있는 풍경

침묵하는 연습

nlmiso 2006. 5. 27. 18:15
침묵하는 연습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-- 5. 25 사천에서 촬영--

 

 

  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
  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.
  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
  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.

 


  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
 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?
  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.      

 

 

 

  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
 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
  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.

 

 

 

  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
  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
   발효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.

 

 

   침묵하는 연습,
  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
  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
  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
  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.

  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.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유안진님의 수필집 / 그리운 말 한마디 중에서

 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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